📑 목차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면 좋은 점,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하루 10분 원서 낭독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설명한다.

많은 다른 일들처럼 영어 공부 역시 시작은 쉽지만 오래 이어지지 못한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고 계획도 분명하다.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하겠다고 다짐하고, 교재를 고르고, 목표 시점까지의 로드맵을 세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계획은 부담이 되고, 부담은 곧 중단으로 이어진다. 오죽하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매일 원서 낭독 인증 챌린지
내가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오펜하이머 원서책이었다. 2024년 2월 초에 오펜하이머 원서를 읽다가 문득 책을 눈으로만 읽지 않고 소리내어 읽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30일 정도 지나자 슬슬 권태기가 찾아 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온라인 모임을 결성해서 매일 원서 낭독 인증 챌린지로 원서낭독을 이어갔다. 그러다 2025년 3월,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과 '원서 리더' 매일 원서 낭독 인증 챌린지를 시작했다. 어느 순간 돌아보니, 원서 낭독 루틴은 멈추지 않고 이어지고 있었다. 혼자 읽었다면 아마 이렇게 오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의지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는, 처음부터 잘하려고 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준을 낮추자, 시작이 쉬워졌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정한 원칙은 기준을 낮추는 것이었다. 시간을 정확히 재지 않았고, 분량도 정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아침에 읽고, 어떤 날은 밤에 읽었으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천천히 몇 문장만 읽고 덮기도 했다.
보통 공부는 기준이 높을수록 오래가기 어렵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기는 순간, 시작 자체가 부담이 된다. 반면 하루 10분 원서낭독은 기준을 최대한 낮췄기 때문에 책을 펼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오늘도 잘해야 한다’가 아니라 ‘오늘도 그냥 읽자’라는 마음으로 접근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낮은 기준은 게으름이 아니라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였다. 이 느슨한 출발점이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무너지지 않게 만든 첫 번째 구조였다.
평가를 제거하자, 부담이 사라졌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지속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읽은 날과 못 읽은 날을 비교하지 않았고, 잘 읽힌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구분하지도 않았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우리는 늘 스스로를 평가한다. 오늘은 얼마나 이해했는지, 어제보다 나아졌는지, 이 방식이 효율적인지를 끊임없이 따진다. 하지만 하루 10분 원서낭독에서는 이런 평가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중요한 기준은 단 하나였다.
오늘 읽었는가, 읽지 않았는가. 이해가 부족해도 괜찮았고, 집중이 흐트러져도 괜찮았다. 평가가 없으니 실패도 없었다. 부담이 사라지자 다시 책을 펼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이 단순한 구조 덕분에 원서낭독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일’로 남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를 의지 부족에서 찾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의지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을 구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의지는 순간적으로 사람을 움직이게 할 수는 있지만,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의지를 계속 소환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읽고 싶지 않아도 괜찮았고, 의욕이 없을 때도 부담 없이 책을 펼칠 수 있었다.
이 루틴은 ‘하고 싶을 때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해도 되는 행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 미묘한 차이가 루틴을 무너지지 않게 만든 핵심이었다.
실패가 없는 구조는 중단을 막는다
보통 공부는 하지 못한 날이 생기면 그 자체로 실패가 된다. 그리고 그 실패가 반복될수록 다시 시작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하루를 놓쳤다는 사실보다, 놓쳤다는 감정이 더 큰 장벽이 된다.
하지만 하루 10분 원서낭독에는 ‘완전히 실패한 날’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 집중이 되지 않아도 괜찮고, 내용이 잘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심지어 한두 문장만 읽고 덮는 날이 있어도 그날은 낭독한 날로 남는다.
이 구조는 중단을 허용하지 않는 대신, 실패를 만들지 않는다. 실패가 없다는 것은 언제든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는 뜻이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계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잘 이어진 날이 많아서가 아니라 끊어졌다고 느낄 날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하며 의도적으로 미룬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성과에 대한 기대였다. 보통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우리는 빠른 변화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원한다.
단어를 외웠는지, 문장이 쉬워졌는지, 말이 트이는지를 확인하려 든다. 하지만 하루 10분 원서낭독에서는 이런 기대를 잠시 내려놓았다. 오늘의 낭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영어 문장을 소리 내어 읽고, 영어와 하루 한 번 연결되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성과를 당장 확인하지 않으니 실망도 줄어들었고, 실망이 줄어드니 포기할 이유도 사라졌다. 이 선택이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장기 루틴으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공부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이 되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시간이 영어 공부 이전에 생활의 리듬이 되었기 때문이다. 오전 시간 커피를 마시고 책을 펼쳐 소리 내어 읽는 이 짧은 시간이 하루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이쯤 되면 원서낭독은 의지가 아니라 관성에 가깝다.
하지 않으면 뭔가 빠진 느낌이 들고, 하면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보다, 영어를 매일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다. 목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결과를 계산하지 않아도, 이 루틴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서 하루 10분 원서낭독은 의식적으로 지키지 않아도 계속될 수 있었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이어오며 깨닫게 된 점은, 이 방식이 영어 공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 의지를 먼저 끌어올리려 한다.
하지만 의지는 반드시 소모되고, 소모된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반면 구조는 한 번 만들어지면 스스로를 반복한다. 기준이 낮고, 평가가 없으며, 실패가 정의되지 않는 구조는 어떤 분야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운동이든, 독서든, 글쓰기든 마찬가지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은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계속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나를 바꾸는 구조였다. 그래서 이 루틴은 특별한 결심이 없어도 유지될 수 있었고, 다른 공부 방식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되었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꾸준히 이어가며 느낀 또 하나의 변화는, 영어에 대한 태도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영어를 ‘잘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했다면, 지금은 ‘나의 일상생활의 한 부분’에 가깝다. 잘하는 날과 못하는 날을 구분하지 않다 보니, 영어는 더 이상 평가의 대상이 아니게 되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어떤 일을 성취의 대상으로만 두면, 그 일은 늘 부담이 된다. 반대로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 일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은 영어 실력 자체보다도, 영어를 대하는 나의 위치를 바꿔 놓았다. 그리고 그 변화가 있었기에 이 루틴은 지금까지도 무너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
결론
하루 10분 원서낭독이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특별한 전략이나 강한 의지 때문이 아니다.
2년 남짓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지속해 올 수 있었던 이유는
첫째, 매일 원서 낭독 인증 챌린지를 통해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구축한 점
둘째, 기준을 낮추고, 평가를 없애고, 실패를 만들지 않는 구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모여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중단되지 않는 루틴으로 만들었다.
영어 공부는 흔히 의지의 문제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구조의 문제인 경우가 훨씬 많다. 하루 10분 원서낭독은 나에게 그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잘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래 갈 수 있었고, 오래 갔기 때문에 영어와의 연결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특별한 각오 없이, 하루 10분 원서낭독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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